Monday, April 8, 2013

코카콜라 회장의 유서와 거짓말

요즘 인터넷 블로그 등에 많이 돌아다니는 글인
전 주한 미 대사였던 제임스 레이니 교수와 코카콜라 회장의 유서 이야기에 대해서...

https://sorine12.blogspot.com/2013/04/blog-post_8.html
코카콜라 회장의 유서

나는 이런 감동적인 글이 싫다. 대개 이런 감동적인 글들은 감동을 위해서 과장과 각색을 하고 사실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조금 덜 감동적이더라도 과장과 각색, 그리고 왜곡을 뺀 진짜 얘기를 듣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 또는 소설과 같이
사실이 아니지만 사실일 수도 있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감동받을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니며 사실일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상상과 공상 속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얘기를 하고, 또 그렇게 지어낸 얘기를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과 같은 글이 오래전부터 인터넷에 돌아다녔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감동적인 좋은 글이라고 폐북, 블로그, 카페, 트위터 등에 옮기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이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것일까, 아니면 사실인지 아닌지에는 원래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 사실이 아닌 글을 처음 쓴 사람의 생각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글이 나온 최초의 소스는 어디였을까...
영어로 관련 자료를 검색해도 2000년대 초반 이전에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 이야기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위 link에 나오는 것처럼, 인터넷 검색에서 이런 글이 2004년 어떤 교회의 설교에 처음으로 보이는데, 나는 몇년 전에 2008년 김성광 목사의 글을 처음으로 보았었다.
2011년에는 조용기 목사 설교에도 나오는 등, 이런 글들이 교회 설교에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뭐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김성광 목사의 글에는 부메랑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도구라고 나오는데
조용기 목사의 설교에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갖고 있는 부메랑"이라고 나오는 점이다.

또한 두 글에 모두 샘소나이트 이야기도 나오는 등
뒷 사람이 앞의 글을 베꼈거나, 제3의 원래 소스를 둘다 베꼈을 수도 있는데
앞의 글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왜 "아메리카 인디언"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설마 이것은 의도적인 왜곡은 아니고 그냥 착각이었겠지...

위 글에서...
"주한 미국대사(1993-1997)였던 제임스 레이니는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여 에모리대학의 교수가되었다.
...
오히려 그 부(富)를 학생과 학교를 위한 발전기금으로 내놓았을 때, 그에게는 에모리대학의 총장이라는 명예가 주어졌다."
-->
이것은 사실의 앞뒤 관계가 완전히 틀리는 내용이다.
James Laney는 이 기부금을 받기 전에 에모리 대학 총장이었고,
나중에 에모리 대학 총장을 그만 두고 주한 미국 대사가 되었다.

그가 언제 주한 미국 대사이었고, 에모리 대학 총장이었는지만 간단히 확인해봐도
이 이야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이런 것을 확인해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하긴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또, 어떤 교회 설교에는 마치 이것이 그가 에모리 대학을 다닐 때 일어난 일인 것처럼 얘기하면서
그가 받은 돈을 자신의 모교인 에모리 대학에 기부하였다고 했는데,
그는 사실 예일 대학을 졸업했다.


James Laney:
  - 에모리 신학 대학 학장 Dean at the Emory's Candler School of Theology: 1969-1977
  - 에모리 대학 총장 Emory's 17th president: 1977-1993
  - 주한 미국대사: 1993-1996
  - 또한 Coca Cola 이사회 멤버 이었음.


"나는 당신에게 25억 달러와 <코카콜라>주식 5%를 유산으로 남깁니다.
...
둘째는] 자신이 회장이었음에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않았다는 것,
셋째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에게 그렇게 큰돈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교수는 받은 유산을 에모리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제임스 레이니가 노인에게 베푼 따뜻한 마음으로 엄청난 부가 굴러들어왔지만, 그는 그 부(富)에 도취되어 정신을 잃지 않았다. ..."
-->
기부금을 낸 것은 코카콜라의 President이었던 Robert W. Woodruff 의 이야기로 알고 있음.

Robert W. Woodruff: the president of The Coca-Cola Company from 1923 until 1954
                               He died in 1985.

James Laney가 에모리 대학 총장이었던 1979년에 Emory University에 $105 million (약 1억 달러) 가치의 코카콜라 주식을 기부함. 물론 James Laney에게 개인적으로 준 것이 아니라 에모리 대학에 기부한 것임. 그 이후에도 큰 금액을 기부했다고 하는데, 위 글에서 "25억 달러와 코카콜라 주식 5%"는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이 글은 사실에 맞는 핵심 내용을 표현하면서 약간의 과장을 한 정도가 아니라
레이니 교수가 코카콜라 회장과 친분이 있었으며
코카콜라 회장이 큰 돈을 기부했다는 사실 자체를 제외하고는
핵심 내용이 모두 거짓말이다.

즉, 레이니 교수가 누군지 모르는 외로운 노인에게 친절을 베풀었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가 코카콜라 회장이었으며,
그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유산을 받았고, 그것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대학에 기부했으며
그로 인해 총장이 되는 영예를 얻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코카콜라는 창업자 때부터 Emory University와 관계가 매우 깊으며
Woodruff는 1930년대부터 이미 에모리 대학에 많은 기부를 했다고 하는데,
에모리 대학 학장/총장이 (또는 이 얘기에 따르면, 주한 미 대사를 지낸 에모리 대학 교수가)
코카콜라 회장을 누군지 모르고 우연히 만났다고 하는 얘기를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지...

코카콜라 회장이 에모리 대학에 엄청난 큰 돈을 기부한 것을
사실대로 써도 충분히 좋은 글일텐데
왜 거기에다가 거짓으로 꾸며낸 얘기를 덧칠했는지 모르겠다.
감동적으로 보이기만 하면 거짓이어도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이런 거짓말 때문에, 도리어 원래의 좋은 내용이 빛을 바랠 것이다.

F. Stuart Gulley가 쓴 "The Academic President As Moral Leader: James T. Laney at Emory University 1977-1993"라는 책 (Pages 24-26)에 따르면,
Woodruff의 친구이며 그의 개인 의사인 Garland Herndon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또한 Herndon은 에모리 대학의 Vice President for Health Affairs 이었음),
Herndon와 Laney은 서로 이웃에 사는 친구였다고 한다.

Laney 가 에모리 신학대학 학장이었던 1975년, Herndon이 참석한 social event에서 Laney와 Woodruff가 처음으로 만났다. 그후 서로 친분관계가 깊어졌고, Laney가 Woodruff의 개인 목사 (personal chaplain)가 되었다고 한다.

1975년 당시 에모리 대학 총장이었던 Atwood가 1977년 8월에 은퇴할 것이라는 것을 발표해서 차기 총장을 찾게 되었는데, Woddruff가 총장 초빙 위원회 위원장 (chairman of the search committee)에게 Laney를 추천하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이것이 Laney가 차기 총장이 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Laney가 총장이 된 후에 Woodruff가 엄청난 금액을 에모리 대학에 기부하였다.

http://emoryhistory.emory.edu/people/presidents/Laney.htm
http://en.wikipedia.org/wiki/Robert_W._Woodruff
http://emoryhistory.emory.edu/people/guidinglights/RobertWoodruff.html
http://emoryhistory.emory.edu/people/guidinglights/WoodruffGift.html



(20181024)
목사들이 가짜 이야기를 베껴서 설교에 사용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정현 목사는 자신이 제임스 레이니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라고 거짓말을 했네.
이건 좀 심한데...  https://www.youtube.com/watch?v=pqUETVsOfMY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전하는 것은 그나마 약간은 이해가 간다.
물론, 사회적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전하는 것은 큰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데, 이 사람이 가짜 이야기를 자신이 당사자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라고 말한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당사자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거짓말을 추가한 것은 본인이 이런 중요한 사람과 같이 일을 하고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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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더..
누군가가 페이스북에 "코카콜라 회장의 유서"라는 글을 올리면서, 다음 사진을 함께 올렸는데
여러명의 반응이...
      "점점 작아지네;;"
      "코카콜라병이점점작아지내ㅋㅋㅋ"
      "다좋은데 점점 양이줄어든다 ㄷㄷ"
      "점점 양이 줄어드네?"


 
하지만, 다음 사진을 보면, 병이 점점 작아진다는 것은 착시인 것 같다.
즉, 위 사진에서는 병들이 같은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최근 병이 뒤에 멀리 놓여져서 더 작게 보이는 것일 뿐...







(코카콜라, 회장,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국 대사, 에모리 대학, 총장,
 친절, 기부, 기부금, 유산, 유언, 유서, 과장, 각색, 거짓말, 왜곡, 진실, 사실, ...)

4 comments:

Unknown said...

good to know the true story, not baloney!

Good neighbor said...

나도 누군가가 카톡으로 보내준 내용이라 감동있게 보다가 James Laney가 Emory Univ. 전 총장이었다고해서
이 대학에 다니는 내 딸에게 이 감동을 나눠주고싶어서 좀더 자세히 알아 볼려고 internet에서 찿다가 보니
내용이 앞뒤가 안 맞아서 의아 했는데 이기사을 찿게 됐네요. 외곡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서 글을 올려줘서
감사 하네요. 삭막한 요즘 세상에 감동적이고 동기부여할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감동적이고 정확하고 사실적인 내용도 많이 있는데 굳이 꾸며낼 필요가 있을까요? 내용은 좋았는데 좀 실망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 이야기를 듣고 감동해서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공헌 한다면 이 이야기는 역활을 감당했다고 해야죠. 그래서 우리의 미래는 promising 합니다.

Unknown said...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늘 편안합니다.

강대관 said...

말하고자하는 목적은 고독한 노인에게 관심 은혜를 베풀면 복이온다 두가지로 요약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