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28, 2020

차이나는클라스: 크리스마스

 지난 주에 설민식의 TV 세계사 강의 중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한 비판이 있었는데,

12월 24일 "차이나는클라스" 방송에 김학철 교수 (연세대)의 기독교 관련 강의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그가 역사적 방법론으로 예수를 연구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성경 내용의 역사성 논쟁은 의미 없는 것이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예수님의 탄생일 (크리스마스)을 12월 25일로 정한 것과 헤롯왕이 베들레헴의 2세 이하 남자 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 것에 대한 "역사성"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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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에 로마에서는 일반적으로 영웅의 탄생일을 기념하지 않았고, 초대 교회에서도 예수님의 탄생일을 특별히 기리지 않았다고 한다. (부활절이 가장 중요한 기념일)

예수가 돌아가시고 약100년쯤 후에 기념예배를 한 기록이 있는데, 예수가 언제 태어났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기념일이 여러 다른 날이었다고 한다. (9월도 있었고, 동방교회에서는 1월 6일을 기념)

이 강의에서 (마치 교회와 상관없이)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12월 25일로 정한 것처럼 나오는데,

그가 그렇게 공식선언한 것은 맞지만, 그 이전에 교회 (특히 로마 교회)에서 이미 그렇게 기념하고 있던 것을 추인하여 공식화한 것에 가깝다고 알고 있다. (교회 내에서 다른 날짜로 기념하던 것을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이렇게 날짜가 정해지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오래동안 크리스마스는 그리 중요한 기념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12월 25일 탄생일과 관련된 것은...

1. 세상이 봄에 창조되었다는 믿음이 있었고, 이에 맞춰 예수도 그때에 잉태되었다고 믿음. (그때 춘분일 3월 25일 + 9개월 = 12월 25일)

2. 영웅과 선지자는 자신의 잉태일에 사망한다는 믿음이 있었고, 이에 따라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유월절 (부활절, 춘분일) 쯤에 잉태되었다고 믿음.

3. 로마 태양신 축제일 (동짓날)


예수가 봄에 태어났다는 주장도 있는데...

누가복음에 천사가 밤에 양치는 목자들에게 예수 탄생 소식을 전했다고 되어있으므로, 밤에 양들을 데리고 야외에 있었다는 것으로부터 봄이었을 것이라고 추정. 겨울에는 목자들이 이렇게 밖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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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마태복음에 나오는 이야기: 동방박사로부터 유태인의 왕이 탄생했다는 얘기를 들은 헤롯왕이 베들레헴 지역의 2세 이하 남자 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

이것이 역사적으로 실제 있었던 일이냐는 질문에 김학철 교수는 "예, 마태복음서 2장에 있는 이야기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마태복음을 역사적 기록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것에 대해서 자막에 "역사적 사실로 볼 수 있다는 게 일부 성서학자들의 견해"라고 하면서 "일부"라고 썼지만,

김학철 교수는 "성서 외에 역사적 자료에서 충분히 찾아볼 순 없지만 성서에 있는 이야기를 신뢰성있는 것으로 받아드린다."라고 말했다.

사실은 "충분히"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 당시 기록에 마태복음의 이 구절이외에 어디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신약성경의 다른 글에도 없다. (복음서보다 먼저 쓰여진 사도바울의 편지에는 처녀잉태를 포함한 예수의 특별한 탄생 이야기가 없다. 4복음서 중에서 가장 먼저 쓰여진 마가복음에도 나오지 않고, 요한복음에도 예수의 탄생 이야기가 없음) 그리고 누가복음의 예수 탄생 이야기와 모순된다.

당연히 교회쪽 사람들은 이를 신뢰성있는 것으로 받아드리겠지만, 역사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이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말년에 많은 사람들을 죽인 헤롯왕이 충분히 이런 명령도 내릴 수도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마태복음의 이 구절이외에는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없다.

역사가인 Josephus가 헤롯왕에 대한 역사기록을 많이 남겼는데, 그가 쓴 역사책에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이 사실이었다면, 기록이 있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결국 마태복음의 기록을 얼마나 역사적이라고 받아들이냐에 달리게 되는데, 이것은 "신앙"의 기록으로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 이 사건을 "유아 대학살" (또는 Massacre of the Innocents)이라고 부르는데, 이 사건이 역사적 사실이라면, 그때 남자 아이 몇명 정도가 살해당했을까? 대략 수백명 정도?

물론 기록이 없으므로 알 수 없지만, 그 당시 베들레헴의 총인구가 수백명 정도였다는 연구를 근거로 대략 10명 이하로 추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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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에 예수의 가족은 이를 피해서 이집트로 피난했다가, 헤롯왕이 죽은 후 이스라엘로 돌아왔다고 쓰여있다.

헤롯왕이 죽은 후, 원래 유대 지역으로 돌아갈려고 했는데 (베들레헴은 (남쪽) 유대 지역에 있음. 베들레헴이 고향이고 거기로 돌아가려고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음), 헤롯의 아들 아켈라오가 유대왕이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거기로 가지 않고 (북쪽)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 동네로 가서 살게 됨.


(이것과 마리아의 임신에 대해서, 마태복음에서는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현몽하여" 알려준 반면, 누가복음에서는 마리아에게 알려준다. 교회에서는 요셉과 마리아 둘다에게 알려준 것으로 해석하지만, 복음서에는 서로 다르게 각각 한명에게만 알려준 것이 기록되어 있다.  정말 둘다에게 알려줬다면, 각각 복음서에도 그렇게 쓰여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꿈속에서 계시를 받은 것이 여러번 나오는데, 이런 것은 어차피 본인이 아니고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인데, "역사적" 기록이라면 요셉과 마리아가 그 내용을 언제 누구에게 얘기했을까? ㅎㅎ)


이 내용은 모세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 내용으로, 마태복음은 예수를 새로운 모세로 표현한다. 유태인들을 이집트로부터 구원하고, 하나님의 계명 (십계명)을 준 모세처럼... 그런데, 이 이야기는 누가복음의 예수탄생 이야기와 매우 모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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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위해서는 그 당시 유태인들이 가지고 있던 메시아 신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메시아 신앙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었는지, 그들이 기다린 메시아는 어떤 존재였는지, 등등...

그 당시 유태인의 메시아 신앙에서 앞으로 올 메시아는 다윗의 후손으로 다윗의 고향인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예수를 메시아로 믿은 그의 제자와 기독교인들에게 예수는 다윗의 후손이고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어야 했다. 비록 다윗의 후손이라는 요셉의 친자식이 아니라고 했지만...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나사렛 사람이며 주로 그 지역 (중심지인 예루살렘이 아닌)에서 활동한 예수가 나사렛에서 태어난 것이 자연스러울 텐데, 어떻게 해서 남쪽 다른 지역인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는가를 각각 다른 내용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상당수 기독교인들은 이 두가지 이야기를 적당히 섞어서 이해한다.)

즉, 마태복음에는 요셉과 마리아의 고향이 베들레헴이고 (직설적으로 그렇게 쓰여있지는 않지만), 예수 탄생 후 이집트로 피난갔다가 나중에 나사렛으로 이주했다고 되어 있는 반면,

누가복음에는 원래 이들이 나사렛 사람인데, 로마 황제의 칙령에 따라 (하지만 로마 기록에 이런 내용이 없음), 호적등록을 위해서 선조 (다윗)의 고향인 베들레헴에 갔다가 예수를 낳고 얼마 후 나사렛으로 돌아 갔다고 나온다. 이것에 따르면 예수의 가족은 이집트로 피난갔을 수 없다.


(누가복음 2장: "모세의 법대로 정결예식의 날이 차매 아기를 데리고 예루살렘에 올라가니 ... 주의 율법을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갈릴리로 돌아가 본 동네 나사렛에 이르니라"

--> 교회에서는, 이 구절에 예루살렘에 갔다가 나사렛으로 돌아 갔다고만 쓰여있고 언제 돌아 갔는지는 쓰여있지 않으므로, 예수 가족이 예루살렘에 갔다가 다시 베들레헴으로 돌아가서 좀더 (몇달 또는 1년 정도) 머물렀고, 그 사이에 마태복음에 나오는 것처럼 동방박사가 방문했고, 그 이후에 가족이 이집트로 피난갔는데, 누가복음이 이 부분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호적등록은 세금징수를 위해서 현거주지에 하는 것으로 1000년전 선조의 고향에 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누가복음의 이 구절을 가지고, 유태인들에게는 이런 제도가 있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역사적 근거가 없다. 만약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출산일이 다가온 마리아가 같이 가야할 이유는 없다. 또한 그럼 왜 다윗의 아들인 솔로몬이 태어난 예루살렘 (또는 다윗 이전이나 이후의 선조가 태어난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

(나사렛에서 베들레헴까지 거리는 약70-80마일 (= 110-130km). 가는데 걸어서 4일 정도, 당나귀와 짐을 가지고 1주일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 당시에 일반적으로 그렇게 했듯이, 사이가 좋지 않은 사마리아 지역을 피해 돌아가면, 며칠 더 걸림.)

(동방박사들이 예수를 찾아가는 길을 안내했다는 "The Star of Bethlehem" or "Christmas Star": 마태복음 2장 9절 "박사들이 왕의 말을 듣고 갈새 동방에서 보던 그 별이 문득 앞서 인도하여 가다가 아기 있는 곳 위에 머물러 서 있는지라" - 어떤 별이 한집은 고사하고 특정한 마을 또는 도시를 가리킬 수 있을까?  천사? UFO? ㅎㅎ)

(요한복음 7장 등에 사람들이 예수가 나사렛 출신이고 베들레헴 출신이 아니지 않냐는 얘기를 하는 것이 나오고, 마가복음 3장 21절 "예수의 친족들이 듣고 그를 붙들러 나오니 이는 그가 미쳤다 함일러라", 3장 31절 "그 때에 예수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와서 밖에 서서 사람을 보내어 예수를 부르니" 등, 마리아와 예수의 형제들도 예수를 믿지 않은 것이 나온다. 만약 천사의 계시와 베들레헴에서의 탄생 이야기가 사실이었으면, 있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천사의 고지를 직접 받은 마리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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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1장과 누가복음 3장에 예수의 계보가 나오는데, 이 둘이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어, "요셉"의 아버지가 마태복음에는 "야곱"이라고 나오지만 누가복음에는 "헬리"라고 나온다. 그 위도 매우 다르고...

(교회에서는 이 차이를 합리화(harmonize)하기 위해서 여러가지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서, 누가복음에 "요셉의 위는 헬리요"라고 쓰여있지만 사실은 "마리아"의 아버지를 뜻한다거나...) 

또 마태복음에 예수의 선조들이 주요 시기에 맞춰 "14대 - 14대 - 14대"라고 나오는데
여기서 "14대"라고 쓰기 위해서 구약성경의 계보에 나온 여러 인물을 빠트렸으며,
마지막 14대라는 것에는 사실은 14명이 아니라 13명밖에 없다.
(https://en.wikipedia.org/wiki/Genealogy_of_Jesus)

이렇게 자신이 강조하려는 것을 위해서, 구약성서에 이미 있는 족보도 바꾼, 그리고 누가복음의 이야기와 모순되는 마태복음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좀...


그리고, 그 당시 일반인들은 족보가 없었다고 한다. 성씨도 없었고...

물론 아는 얘기겠지만, "Jesus Christ"의 "Christ"는 성씨가 아님. ㅎㅎ
("그리스도" = "Christ"는 "메시아"라는 히브리어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에서 온 말. 예수님이 살아계셨을 때, 아무도 그를 "그리스도" (그리스어로 "Christos")라고 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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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의 탄생연도를 기준으로 BC/AD (기원전/기원후)를 정했는데,

AD 530년 쯤에 Dionysius Exiguus라는 수도사가 여러 기록을 검토하고 연도를 역산으로 계산을 해서 AD 1년 시점을 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계산도 정확하지 않아서 (사실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자료가 없음), 예수가 BC 4년쯤에 태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마태복음에 예수가 헤롯왕 때 태어났다고 되어 있는데, 헤롯왕이 BC 4년에 사망했다는 역사 기록이 있으므로, BC 4년 이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함. 그런데, 이것은 누가복음에 따른 연도와 맞지 않음.)

예수의 탄생일을 기준으로 AD 1년로 정했다고 하는데, 그럼 탄생일 전 1-12월 기간이 AD 1년 이었나? 사실 그가 계산한 것으로는 예수가 태어났다고 하는 12월 25일의 다음 달이 AD 1년 1월이라는, 즉 예수 탄생일 (12월 25일)은 BC 1년이라는 글도 보았다.


- 참고로, 영어 문법에 "1000 B.C."와 "A.D. 1000" 같이 "B.C."는 숫자 뒤에, "A.D."는 숫자 앞에 쓴다.

그리고, "BC/AD"가 기독교적 용어이라서
"BC" = "Before Christ"
"AD" = "Anno Domini" (라틴어) (= "in the year of the Lord")

요즘에는 이렇게 쓰기도 한다. (특히 학술 문서 등에...)
"BCE" = "Before the Common Era" = "BC"
"CE" = "Common Era" = "AD"


- 위에 "9개월"로 계산 한 것에 대해서...

우리 말에 임신 열달 후에 아기를 낳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임신 전 마지막 생리 시작일을 기준으로 (음력 28일)*(10개월) = 280일을 말하는 것이다. 수정일로부터 양력 달을 계산하면 약 9개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