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27, 2016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 보기: 코이 물고기 이야기

(예전 글 옮기기)

코이의 꿈, 코이의 법칙, 코이 물고기 이야기 등으로 불리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코이"는 비단 잉어 일종의 일본 이름.)
역시 여러 블로그, 카페, 교회 설교, 책 등에 나오는 유명한 '좋은 글'인데요...

* http://www.youtube.com/watch?v=zknRIPX1WR4
CGN 열린 생각 - 코이 물고기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관상용으로 즐겨 기르는 이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 정도밖에 자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주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cm 까지 자랍니다.
더 놀라운 사실.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 성장합니다.
코이는 자기가 숨 쉬고 활동하는 세계의 크기에 따라 파라미가 될 수도 있고 대어가 되기도 합니다.

"꿈"은 코이가 자라는 환경과도 같습니다.
어떤 크기의 꿈을 꾸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꿈의 크기는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 http://www.yeolin.or.kr/menu2-1/board_view.asp?index=697&read=892&page=2
김필곤 목사 설교
...
믿 음의 크기만큼 사람은 커지는 것입니다. 믿음의 크기가 인생의 크기를 만들어 냅니다. 일본 사람들이 관상어로 기르는 '코이(KOI)'라는 물고기가 있다고 합니다. 이 비단 잉어는 삶이 아주 독특하다고 합니다. 작은 어항에 넣어 키우면 5-8cm를 자란다고 합니다. 커다란 수족관에 넣어 두면 15-25cm 정도 자라지만 강물에 넣어 두면 90-120cm까지 성장한다고 합니다. 사는 환경이 자신의 몸 크기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사람도 믿음의 크기에 따라 인생이 달라집니다.


* http://www.ewha.ac.kr/mbs/ewhakr/jsp/board/view.jsp?spage=6&boardId=13234&boardSeq=2473&mcategoryId=&id=ewhakr_010104000000
이화여대 김선욱 총장 연설. 수시입학설명회(12.4.14)
...
여 러분 혹시 ‘코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물고기를 아십니까? 이 물고기는 어항에서 키우면 최대한 자라봐야 5cm에서 8cm 정도까지 자랄 수 있는 물고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물고기가 수족관이나 큰 연못으로 가게 되면 30cm 정도까지 커진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코이라는 물고기를 강물에 풀어놓으면 1m 이상까지도 큰다고 합니다. 코이는 환경에 따라 아주 작은 물고기도, 아주 커다란 대어가 될 수도 있는 그런 물고기입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대학과 전공을 잘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의 꿈을 얼마만큼 키워줄 수 있는 환경에서 4년간의 대학생활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코이가 아무리 열심히 먹이를 먹고 운동을 하고 주위에서 공들여 키운다 해도 작은 연못에 있으면 크게 성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화는 여러분의 무한한 가능성과 꿈을 더 키워주고,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줄 수 있는 곳입니다. 코이에게는 강과 같은 곳이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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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듣고, "아 신기하네. 왜 그렇게 되지? 음, 정말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습니다. 뭐 잠깐 찾아본 것이긴 하지만, 제가 찾아본 한글로 된 website는 모두들 이것을 좋은 얘기로 복사만 했을 뿐,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보는 글은 없더군요.

물론 환경이 좋은 곳과 나쁜 곳에서 살 때 성장이 어느 정도 다를 수는 있겠지만, 여기서 얘기하는 것같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믿기가 어려운데,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Fact 확인에는 관심이 없나 봅니다.

영어로 된 website를 찾아보고 판단하기에는
크기의 차이는 유전적인 것으로 '코이' 중에는 원래 크기가 다른 여러가지 종류가 있고,
환경와 영양 섭취에 따라 어느 정도 성장에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정말 같은 종류의 코이가 오직 환경에 따라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즉, 유전적으로 원래 자라는 코이가 어항에 있으면 작게 자라도록 변하는 '능력'이 있다기 보다는 자기 몸에 맞지 않은 나쁜 환경 때문에 제대로 크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유전적으로 원래 작게 자라는 코이가 강물에 간다고 해서 몇배가 넘게 커지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물론 실제로 환경에 의해 어느 정도 성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겠지만,
어쩌면 어항이나 수조, 호수, 강 등에 크기가 다른 '코이'나 또는 '코이'와 비슷하게 보이는 금붕어 같은 것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이 그냥 모두 같은 종류라고 오해해서 나온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 하더하도, 이것은 이대총장이 인용한 것처럼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예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꿈이나 믿음의 크기에 대한 예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우리가 "꿈, 생각, 의지, 믿음" 등의 얘기를 하는 것은 주어진 "환경"과 대비해서 "환경"을 극복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코이'의 이야기는 주어진 환경에 의해서 '코이'의 크기가 달라졌을 뿐
같은 환경에서 꿈을 가진 (또는 무언가 다른) 코이는 크게 자라고, 그렇지 않은 코이는 작게 자란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는 '환경'이 갑자기 꿈과 믿음으로 비약을 해서,
'좋은 결론'을 위해서 적절하지 않은 예화를 억지로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예로 든 내용이 Fact가 아니구요.

위 youtube의 'CGN 열린 생각'에 대한 댓글 중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더군요. ㅎㅎ
"꿈의 크기보단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야지요 뭔 꿈의 크기 좋아하시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다니는 글 중에서
누군가가 잘 모르면서 쓴 글 (또는 알면서 과장/거짓말로 쓴 글)을
대부분 그냥 Copy & Paste만 할 뿐 Fact Check하는 사람이 드물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정확한 사실을 한글로 설명한 글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

"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좋으면 됐지, 거기에 들어있는 예화를 따져서 무슨 소용이 있냐..."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 보고 뭐라 하느냐..."

그런데, 문제는 가로등을 보고 달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달이 아니라고 했더니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왜 손가락 보고 뭐라 하느냐"라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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