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27, 2016

다르다와 틀리다, 가르치다, 있습니다 등

(예전 글옮겨 오기)

 (1) 다르다 - 틀리다

'틀리다'를 '다르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은 상당히 자주 보게 되는데요,
이 차이를 지적하는 것은 아마도 나와 같지 않음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문닫고 나가"
-->
문에서 '나간다'는 것은 다음의 일련의 동작들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문으로 간다.
  [2] 문을 연다.
  [3] 문지방을 건넌다.
  [4] 문을 닫는다.
  [5] 문에서 떠난다.

"문닫고 나가"라는 말이 논리적으로 오류라고 하는 것은
'나간다'라는 것이 [3]의 순간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4] 문을 닫은 이후에도, [5] 문에서 떠나는 동작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를 포괄적으로 '나가다'라고 생각하면, "문 닫고 나가"라는 말은
본인이 강조하는 것인 [4]를 앞에 얘기하고 나머지 전체 동작인 '나가다'를 뒤에 쓴 것으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3) 가르치다 - 가리키다
위 댓글에서...
"가르치다/가르키다 (공부를 가르치다/ 방향을 가르키다)"
-->
'가르키다'라는 말은 올바른 말이 아닙니다.
맞는 것은...
  가르치다/가리키다 (공부를 가르치다/ 방향을 가리키다)

다음과 같이 기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말에서 온 것은 아니지만, 단지 기억에 도움이 되도록...)

- 옳고 그른 것을 가르다. 목동이 양을 치다. 양 치는 법을 가르치다.
- 건물이 이쪽 방향을 가리다. 키(key)로 저쪽 방향을 가리키다.


(4) 있읍니다 - 있습니다

위 댓글에서...
" 예전에는 있읍니다가 정확한 표현 이였습니다만, 있습니다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도 제대로 못쓰니 표준어가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있읍니다가 옳다고 봅니다. 있습니다는 그냥 편리에 의해서 바뀌었다고 생각 됩니다.)"
-->
이것은 '아무도 제대로 못쓰니' 바뀐 것이 아니라
원래 "있읍니다"라고 쓰는 것이 근거가 부족한 규칙이어서
이를 좀더 일관성이 있게 "있습니다"로 고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 말에서...
받침이 있는 어근 뒤에는 '-습니다'를 쓰고 (맞습니다),
받침이 없는 어근 뒤에는 '-ㅂ니다'를 씁니다.  (쓰+ㅂ니다)

그런데, 이전 규칙에는 앞에 'ㅅ' 받침이 있으면 '-읍니다'를 쓰고
다른 받침이 있으면 '-습니다'를 쓰도록 했습니다.
"있읍니다"와 "맞습니다" 처럼요.

그 이유가 "있습니다'처럼 하면 'ㅅ'이 세개나 연속되는 것이라서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었는데
사실은 'ㅅ'이 세개 연속되는 표기는 다른 용법에도 있기 때문에
'ㅅ'을 연속으로 쓸 수 없다는 것은 적절한 규칙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말 표기에서 기본적으로 그 어원/의미가 같고 발음이 같으면
같은 표기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있읍니다'와 '있습니다' 둘다 발음이 같고,
'맞습니다'의 '-습니다'와 그 의미도 같기 때문에
굳이 '-읍니다'와 '-습니다'를 구별해야 할 논리적인 이유가 없는 것을
예전에 불필요하게 구별을 한 것으로,
이를 '-습니다'라는 한가지 종결형 어미로 하나의 표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치고 나니, 이제는 '-있슴'이라고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음'은 '-습니다'와는 별개의 것으로 '-있음'이 맞습니다.


(5) 삯월세 - 사글세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준어 변경 중의 하나는 '사글세'입니다.
예전에 '삯월세'라고 쓰이던 것인데, 일반적으로 발음이 '사글세'로 굳어졌기 때문에
'사글세'를 표준어로 정하였다고 합니다.

저는 표준어를 정함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어원을 살리고, 규칙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사글세'라는 표기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원래 '삯월세' 표기는 '삯다'와 '월세'라는 의미를 보여주는데,
'사글세'는 그렇지 않아서요...


하지만, 사실 어원을 살린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오래 전에 변한 것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요.
자기가 어릴 때부터 사용한 것은 자연스럽고 맞다고 생각하지만,
중간에 바뀐 것은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예도 있더군요.

성냥   <--   석뉴황 (石硫黃)
술래   <--   순라 (巡邏)
썰매   <--   설마 (雪馬)
원숭이 <--   원성이 (猿猩이)


(6) 사사받다

"소프라노 OOO는 유명하신 XXX 선생님께 사사받았습니다."
-->
원래 '사사(師事)'는 '-를 스승으로 섬기다'는 말이므로
"XXX 선생님을 스승으로 섬겼습니다" 또는 "XXX 선생님을 사사했습니다"
와 같이 쓰는 것이 용법에 맞습니다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XXX 선생님께 사사받았습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하면, 내가 XXX 선생님으로부터 스승으로 섬김을 받았다는 뜻이 되어 버립니다.

제가 "-께 사사받았습니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그냥 '... 지도를 받았습니다", "...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또는 "...를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라고 해도 될 것을
괜히 현학적인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현학적인 표현을 쓰면서, 막상 그 어원도 모르고 용법에 맞지 않게 쓰는 것이
도리어 우스워 보이기도 합니다.


(7) 부인 - 아내


요즘 인터넷 게시판의 글을 보거나 사람들이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자기 자신을 또는 자기의 아내를 '부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자 관련 게시판에도 보면
   "제 부인이 H4 비자를 가지고 있는데요..."
   "저는 xxx의 부인인데요..."
라고 쓴 글을 '아내' 또는 '처'라고 쓴 글보다 휠씬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부인'은 원래 '남의 아내를 높혀부르는 존칭어이므로
자기 자신을, 또는 남편이 자신의 아내를 남에게 얘기할 때
'부인'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인데,
요즘에 보면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도 그냥 '부인'이라고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 마음에 드는 적절한 단어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는 너무 구식이고, '아내'도 뭔가 좀 이상하게 느껴지고
'와이프'라고 부르자니 영어 느낌이 또 좀 그렇고...

그래도, 내게는 아직도 '부인'이라고 쓰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는데...
내가 구세대인가....



(8) 발음 중에서

이 노래를 불러 보세요.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
많은 사람들이 '햇벼슨 쨍쨍, ..."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길가에 예쁜 꼬시 피었구요.
다음 모두 '빗'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예쁜 머리 비시 너무 갖고 싶어요.         ()
- 우리집 비시 너무 늘어서 걱정이야.       ()
- 햇비시 들어오는 창가에 ...                  ()
즉,원래는 '예쁜 꼬치...', '머리 비시 ...',  '우리집 비지 ...', '햇비치 ..' 라고 말해야 하는데,
'ㅈ, ㅊ' 받침을 연음에서 발음이 더 쉬운 'ㅅ'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하나, 'ㅗ'를 'ㅜ'로 발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삼촌 (三寸)'이라고 쓰지만 '삼춘'이라고 읽는 사람들이 많지요.
전에 미국에 있는 어떤 한국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단어를 가르치는데
'삼촌'이라는 글자를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따라하라고 하면서 '삼춘'이라고 발음하더군요.
평소에 그냥 그렇게 발음해 왔기 때문에
본인이 이렇게 다르게 (또는 틀리게) 발음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와 비슷한 예는...
  부조(扶助) --> 부주
  사돈(査頓) --> 사둔

이것들은 원래 한자 어원을 살려서 '삼촌, 부조, 사돈'을 표준어로 쓰는데,
'깡총깡총, 쌍동이, 오똑이' 등은 이것이 모음조화에 맞지만
지금은 발음이 변한 것을 인정해서 '깡충깡충, 쌍둥이, 오뚝이'가 표준어로 쓰입니다.
나중에는 '삼춘'이 표준어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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