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27, 2016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인가?

(2015년 12월)

국사 교과서 이슈 때문에 이 문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전에 대한민국이 "남한 지역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쓴 교과서가 있었고
2013년 정부 검정 기준으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수정하게 해서
논쟁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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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엔 총회가 대한민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한 지역이 ‘38선 이남’인지 북한을 포괄한 ‘한반도 전체’인지를 두고 인 논란과 관련해 천재·두산·미래엔은 교육부의 권고를 따라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로 표현을 수정했다. 천재교육 저자는 “유엔 총회는 대한민국 정부를 선거가 가능하였던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하였다”(308쪽)고 서술한 부분을 “유엔 감시하에 선거가 실시된 지역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였다”라고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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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통 사람들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유엔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승인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지...

1949년에 유엔에서 결의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두가지 논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1) 한반도에 남한과 북한의 두개의 정부가 세워졌는데
이중 대한민국만이 유엔의 인정을 받은 합법 정부이고
북한은 인정을 받지 못했다.

(2) 대한민국 정부의 관할권은?
(2-1) 대한민국 정부는 한반도 전체를 대표한다. (또는 한반도 전체에 관할권을 갖는다.)
(2-2)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남한 지역만을 대표한다.

여기서, (1)은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고 실제 논쟁의 핵심은 두번째라고 생각한다.
물론 (1)도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이것이 자동으로 두번째 이슈가 (2-1)인지 아니면 (2-2)인지 결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1949년에 유엔에서 결의한 것이 (2-2)가 아니라 (2-1)이라고 주장하려면
(2-1)에 대한 근거을 보여야 할텐데,
(1)과 (2)의 두가지 논점을 구별하지 않고
(2-2)를 비판하면서 (1)만 얘기하는 글이 많아 보인다.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를 강조하지 않으면 (1)의 사실을 부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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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결의안 제195호(III)을 보면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Resolution 195 (III)
The Problem of the Independence of Korea
12 December 1948.

* http://daccess-dds-ny.un.org/doc/RESOLUTION/GEN/NR0/043/66/IMG/NR004366.pdf

* http://www.un.org/en/ga/search/view_doc.asp?symbol=A/RES/195%28III%29

* http://digitalarchive.wilsoncenter.org/document/117706

2. Declares that there has been established a lawful government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having effective control and jurisdiction over that part of Korea where the Temporary
Commission was able to observe and consult and in which the great majority of the people of all
Korea reside; that this Government is based on elections which were a valid expression of the free will of the electorate of that part of Korea and which were observed by the Temporary Commission; and that this is 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

-->
이 결의안을 보면, 그 당시 한반도에서 유엔의 인정을 받은 합법 정부는 대한민국 뿐이었고, 북한은 아니었던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having effective control and jurisdiction over that part of Korea"라고 되어 있어서, 이 정부의 관할권은 한반도 전체가 아니라 "Korea의 그 지역" (= 남한 지역)에 있다고 되어 있다.

또한, 여기에서 "the only such Government of Korea"가 아니라 "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이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번역일 것이다. 그런데, 왜 "in Korea"라고 되어 있는 것을 "한반도에서"가 아니라 "한반도의"라고 가르칠까?

이 말 자체는 (1)의 의미일 뿐,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는 정부"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듣고,
이 말을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는 정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니
이 말 자체만 얘기할 뿐, (2-1)과 (2-2)의 구별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보도하는 신문에서 이 부분을 뺐을 수도 있지만...)

정부에서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말하면서
(2-1)의 의미로 쓰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사실은  정부도 (2-1)가 아닌 것을 알고 있거나
이에 대한 근거가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하지 않고
그냥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만 가르치면서
국민과 학생들에게 (2-1)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만드려는 꼼수같아 보이기도 한다.

핵심 논점이 (2-1)와 (2-2)이라면
이것에 대한 근거를 보이고 설명을 해야 할 텐데
이것은 빼고 (1)만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통해
남북한이 모두 유엔의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현상황에서
이런 것은 더욱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한 지역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쓴 교과서는
(1)과 (2-2)를 뜻한다면 이를 좀더 명확히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 학생들에게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가르치면서
이 의미가 정말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하고
유엔 결의문 원문을 보고 학생 스스로 분석하게 하며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반응을 알아보도록 하는 학교가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이 문제는 박정희 대통령 때 한일기본조약 체결 때도 중요한 이슈가 되었던 것이고
작년에 만약 유사시 일본군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느냐 가지고 논란이 있었지요.

한국 정부는, 그리고 일반 국민 감정도
우리가 북한 지역의 관할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의 승인없이 일본군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을 인정할 수 없지만,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그러한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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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hankookilbo.com/v/939ce68d480d42edacec602e7310a069
한국은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받지 못했다
광복 70년·한일 수교 50년의 재인식 (20) 한일기본조약과 ‘유일합법성’ 논란

사 실 2000년 이전까지의 모든 교과서와 2013년 ‘38도선 이남’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라는 교육부의 권고를 수용한 최근의 근현대사 교과서는 유엔총회 결의안 제195호(Ⅲ)를 근거로 ‘대한민국은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정의해왔다. 하지만 결의안에서 유엔이 승인한 대한민국은 유엔임시위원단의 감시 하에서 선거가 실시된 ‘그 지역(that part)’에서 관할권을 갖는 정부였다는 것은 결의안의 영문 표현을 보면 명백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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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09167.html
[시론] 유엔의 48년 ‘유일 합법정부’ 승인
38도선 이남인가, 한반도 전체인가 / 박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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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0272131205&code=990303
[시론]‘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문제와 역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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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ews.donga.com/3/all/20131111/58805367/1#
“대한민국, 남한 유일의 합법정부 주장은 오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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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만 그 구절 앞에 대한민국 정부를 ‘한국민의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한반도의 그 지역(남한)에 유효한 통제권과 사법권을 가지고 있는 합법정부’이며 ‘이 정부가 한반도의 그 지역(남한) 주민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거에 기반하고 있다’는 설명이 있다. 이는 마지막 문장의 그런(such)이 가리키는 구체적 내용이다. 따라서 유엔결의문은 ‘한국민의 대다수가 거주하는 남한에서 주민의 자유로운 의지에 의한 선거에 의해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남북한 통틀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임을 선언한다’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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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25/2013092504641.html?Dep0=twitter&d=2013092504641
[단독] "1948년 12월12일 유엔은 대한민국을 정부로 승인"… 집필기준: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천재교육: 남한(38도선 이남)의 유일 합법 정부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20/2015082003931.html
南韓만의 합법 정부 주장은 결의안 誤讀
...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유엔총회 결의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유권자가 자유롭게 투표한 그 지역에서 수립된 합법적 정부이며, 그러한 정부는 한국에서(in Korea) 대한민국 정부가 유일하다는 뜻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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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moleg.go.kr/knowledge/northSouthResearch?pstSeq=56875
남북통일시 북한지역 관할권 확보방안 연구

2. 국제법 차원의 관할권 주장 근거와 한계
가. 6 25전쟁 이후 채택된 일련의 유엔 결의
...
동 결의는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지역을 포함하는 한반도 전체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았으며, 따라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북한지역까지 자동적으로 확장된다는 근거로 원용되어 왔다. “1948년 12월 12일 제3차 국제연합총회에서 대한민국정부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을 받았다”거나 또는 “한국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봄이 타당하다”고 하는 주장들이 대표적이다.

1965년 체결된 한일관계기본조약 제3조도 유엔총회결의 195(Ⅲ)를 원용하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 있어서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러나 위 결의는 한국을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합법정부’라고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정부도 위 결의에 따른 한국정부는 ‘38°선 이남의 지역에 대해 관할권을 갖는, 한국 내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일 뿐 한반도 전체에 대해 관할권을 갖는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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